가족이 함께 읽으면 좋을 소설 중에 이 청준의 < 눈길 >이 있다.
이 소설에서 노인으로 칭하는 어머니는, 형의 식구마저 챙기며 집안의 짐을 지고 살아가는 아들에게 더이상의 짐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어머니인 노인은 직접적 요구가 아닌 간접적으로 말하는 데 익숙하다. 그 어머니가 동네의 지붕개량사업따라 지붕과 집을 고치고 싶어하는 속내를 드러내면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그 어머니의 바램을 흘려 들으며 떠나기 전 날 밤 나눈 어머니와 며느리의 대화 속에 이 소설에서 외우고 싶은 구절이 들어 있다.
이미 집이 남에게 넘어가서 비워야 하는 집을, 일부러 부탁을 하여, 어머니는 그 집에서 아들을 기다린다.외지(학교)에서 돌아 온 아들의 충격을 덜어 주고 싶었던 것이다. 어느 날, 드디어 집을 찾아와서 기웃거리는 아들을 하룻 밤을 재운 뒤, 어머니는 이른 아침 눈길을 따라 가서 학교로 보내고 돌아 온다. 그 길을 혼자 되돌아 오며 눈 길과 함께 남은 어머니의 회상은 자식을 향한 부모의 심정을 담고 있다.
"... 신작로를 지나고 산길을 들어서도 굽이굽이 돌아 온 그 몹쓸 발자국들에 아직도 도란도란 저 아그의 목소리나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는 듯만 싶었제...나무들이 눈을 쓰고 있는 것만 보아도 뒤에서 금새 저 아그 모습이 뛰어나올 것만 싶었지야. 하다보니 나는 굽이굽이 외지기만 한 그 산길을 저 아그 발자국만 따라 밟고 왔더니라.....오목오목 디뎌 논 그 아그 발자국마다 한도 없는 눈물을 뿌리며 돌아 왔제. 내 자석아, 내 자석아, 부디 몸이나 성하게 지내거라. 부디부디 너라도 좋은 운타서 복받고 살거라..."
글을 옮기는 지금도 눈물이 난다. 부모님이 나를 떠나 보내셨을 때도 그러시지 않으셨을까? 언젠가 나 역시 이렇게 말하는 날이 올 것이고....
이 소설은 울게 만든다. 가장 고마운 사람을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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