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항아리/독서

골목 - 서정주

mylim 2008. 1. 19. 21:40

                          골 목

 

                                          서  정주

 

날이 날마다 드나드는 이 골목

이른 아침에 홀로 나와서

해지면 흥얼흥얼 돌아가는 이 골목

 

가난하고 외롭고 이지러진 사람들이

웅크리고 땅보며 오고 가는 이 골목

 

서럽지도 아니한 푸른 하늘이

홑이불처럼 이 골목을 덮어

하이얀 박 꽃 지붕에 피고

 

이 골목은  금시라도 날아갈듯이

구석구석 쓸쓸함이 물밀듯 사무쳐서

바람불면 흔들리는 오막살이 뿐이다.

 

장돌뱅이 팔만이와 복동이의 사는 골목

내, 늙도록 이 골목을 사랑하고

이 골목에서 살다 가리라.

 

* 이 시에는 시인의 인정과 따스함이 배어 있다. 그리고 장사를 하던, 사무실을 기계처럼 다니던, 집에서 매일 밥상을 차리고 있던지

그 모든 모습이 이 골목인 것 같고

결국 매일 다니는 골목을 사랑하다  떠나려 했던 시인처럼

그렇게 살고 떠나는 것은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