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항아리/독서

사랑법 - 강은교

mylim 2009. 12. 30. 19:30

 

                                  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

 

이 시는 단아하게 생긴 시인의 모습과 겹쳐진다.

언제나 서둘지 않을 것 같은,

그리고 침묵하는 시간이 많을 것 같은 그런 인상이었다.

이 시는 꽃에 대하여, 하늘에 대하여, 무덤에 대하여

그리고 이별에 대하여 많이 생각한 후, 나온 시같다.

 

'살 속에 굳은 날개'란 표현에서 한번 멈칫한다.

그런데 쉽게 꿈꾸지 말라는 표현이 곧 이어져 이해가 어렵다. 

단념하란 말인지. 포기하지 말라는 뜻인지, 

그런데 집착은 안된다는 뜻 같기도 하고....

 이 시는 시인을 만난다면 여기에 대해 한번 묻고 싶다.

    

사랑법이 아니라 세상 사는 법을 포함하고 있는 것 같아

시인을 직접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2009.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