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법 - 강은교
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 뒤에 있다.
***
이 시는 단아하게 생긴 시인의 모습과 겹쳐진다.
언제나 서둘지 않을 것 같은,
그리고 침묵하는 시간이 많을 것 같은 그런 인상이었다.
이 시는 꽃에 대하여, 하늘에 대하여, 무덤에 대하여
그리고 이별에 대하여 많이 생각한 후, 나온 시같다.
'살 속에 굳은 날개'란 표현에서 한번 멈칫한다.
그런데 쉽게 꿈꾸지 말라는 표현이 곧 이어져 이해가 어렵다.
단념하란 말인지. 포기하지 말라는 뜻인지,
그런데 집착은 안된다는 뜻 같기도 하고....
이 시는 시인을 만난다면 여기에 대해 한번 묻고 싶다.
사랑법이 아니라 세상 사는 법을 포함하고 있는 것 같아
시인을 직접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2009.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