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이미지, 그리고 법
요즘 기피동영상으로 고소를 한 모장관 이야기가 기사화되고 있다. 그리고 여성부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모 여성에 대한 금품수수여부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여기서 나는 장관의 이름을 일부러 밝히지 않는다. 그 사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례로써 비중을 두고 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름은 좋은 일일 때는 널리 알려 주는 게 맞지만 논란이 있는 경우는 실명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희생자들의 경우 이름은 물론 성도 붙이지 말고 모모라거나 아무개라고 말하길 제안한다. 가명을 붙이기도 하지만 그 가명을 가진 실제 인물에게 역시 원하지 않는 이미지를 남기게 되므로 가명사용도 나는 반대한다.
이번에 기피동영상에 등장한 장관이 인터넷에 올린 네티즌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에 대해, 어떤 이는 귀엽게 봐주고 넘어 갈 것이지라며 장관을 속좁다는 시각으로 보기도 한다. 그리고 모여성에 대한 금품수수는 무료로 골프시설 이용에 대한 건을 발표하여 그 여성의 이미지를 더욱 흠집내려 한다는 기사도 있다.
그들 두 사람은 자신들에게 적용한 회피라는 단어와 5만달러(6-7 천만원금품) 수수 여부에 관한 공판과 재판 대상자란 말에 따라 이미지의 훼손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두 사람의 이미지와 관련한 요즘 진행을 보면서, 나는 얼마 전에 읽은 글이 떠올랐다.
어느 마을에서, 어떤 사람이 아는 이에게만 모씨에 대한 말을 지어서 했다. 그랬는데 얼마 후 그 말은 마을 전체가 아는 사실로 변해 버렸고, 소문의 주인공인 모씨는 엄청난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피해자는 마을의 현명한 사람에게 자신의 피해를 하소연하면서 그 사람을 처분해 주길 원했다. 마을의 현자는 최초로 말한 사람을 불러 거짓임을 확인하였다. 거짓을 말한 이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보상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현자가 그에게 말했다. 닭을 한마리 삶아, 집으로 돌아 가는 길에 그 닭의 깃털을 뽑아 길에 버리라고. 그래서 말한 대로 하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현자가 다시 그 사람을 불렀다. 그리고 지시했다. 오늘 어제 버린 깃털들을 다시 주어 오라고. 루머를 퍼뜨린 사람은 어제 간 길을 따라 다시 걸으며 자신이 버린 깃털을 찾았지만 손에 들어 온 것은 서너개 뿐이었다. 이미 깃털들이 모두 바람에 날려 가버린 것이었다. 그러자 현자가 루머를 퍼뜨린 사람에게 말한다. 버린 깃털처럼 한번 잘못한 말은 보상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그 후, 그 사람이 처형을 당했는지,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교화만 하고 말았는지는 이 이야기에 나오지 않는다.
이 이야기를 요즘 뉴스에 오르내리는 두 건과 견주어 보면, 말로 인한 이미지 훼손의 결과는 다시 주어 담을 수 없기에 어떤 형식으로든 책임을 묻는 게 옳다고 나는 본다. 그래야만 동영상을 조작하거나 억울하게 이미지를 훼손당하는 일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 피해정도와 시점을 연결하여, 그 치명적인 정도를 따질 필요가 있다. 특히 선거 시점를 앞두고 불거진 사건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우선 처리해야 하고 결과에 따라 책임을 가중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선거 전에 오해로 비춰지는 수사나 사건들은 선거 후로 진행함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길가에 버린 깃털이 바람에 날려 회수될 수 없듯이, 선거 전의 말(주장)과 그로 인한 이미지 훼손은 잃어버리는 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모장관의 회피영상은 '일반적인 감정으로 볼 때도, (과도한 제스츄어라 해도) 자신의 인사를 상대방이 피하면 무안한 것이 사실이고 그 무안 당한 순간을 누구나 빨리 잊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 순간을 확대하여 불쾌감을 지속시키고 확대한 점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장관이 고소한 현재, 앞으로 책임질 사람을 찾아 낸다면 그 일로 장관직을 그만두는 치명적인 결과는 없기에 법적 처벌쪽보다는 교화하는 선에서 해결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리고 모여성에 대한 4월 초 발표예정인 재판은 선거 시기임을 감안하여 앞당겨서 발표하길 바란다. 만일 금품을 받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피해가 선거당락과 연결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빨리 결정을 해 주는 것이 날라간 깃털을 그에게 돌려주는 길이 아니겠는가.
우리 모두는 루머의 유포자만이 아니라 그로 인한 피해자도 되어서는 안되는 사람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많은 현자들이 결정하겠지만, 그런 피해가 사회에서 줄어들도록 무안한 상대방을 더 무안하게 만드는 동영상을 무조건 귀엽게 봐주는 것은 안된다. 그리고 정치적 손익으로 인한 억울한 사건이라는 인상이나 오해를 줄 수도 있는 요즘같은 수사도 없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