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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에 대한 배경

mylim 2011. 11. 22. 09:46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

 

1) 개념

 

자유무역협정이란 국가 간에 상품이나 서비스 이동을 가로막는 제반 무역장벽을 완화하거나 철폐하여 무역자유화를 실현하기 위한 양자간(bilateral) 또는 소다자간(minilateral) 특혜무역협정(preferential trade agreement, PTA)을 말한다. 기존의 자유무역협정은 대개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 NAFTA) 등과 같이 인접국가나 일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지역무역협정(regional trade agreement, RTA) 혹은 자유무역지대(free trade area)라고도 부른다. 하지만 최근의 추세는 한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EU-멕시코, EU-남미공동시장(Mercosur), 일본-멕시코, 한국-칠레, 중국-뉴질랜드 자유무역협정 등 간지역적(inter-regional) 혹은 초지역적(trans-regional or cross-regional) 협정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흔히 자유무역협정은 경제통합의 단계상, 후술하는 관세동맹(Customs Union)의 전단계로 통한다. 자유무역협정은 회원국이 역내관세 및 수출입제도를 공동으로 유지하지 않고 자국의 고유관세 및 수출입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NAFTA와 같이 회원국들 간에만 무역장벽을 완화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관세동맹과 구분된다. 과거에는 자유무역협정의 협상대상이 상품에 관한 관세 및 비관세장벽의 철폐에 국한되었으나, 최근에는 서비스, 지적재산권, 투자, 경쟁정책, 정부조달, 환경, 노동 등으로 그 협상대상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FTA의 구체적 내용과 분야는 정형화 되어있지 않고, 체결국들에 따라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향 때문에 일부에서는 자유무역협정이란 용어 대신 포괄적 경제협력협정(Comprehensive Economic Cooperation Agreement, CECA)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자유무역협정은 국제무역을 규율하는 최상위 규범인 관세및무역에관한일반협정(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GATT)과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와의 관계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도 자유무역협정이 그것을 체결한 회원국들 간에만 무관세나 저관세를 적용하고 다른 GATT/WTO 회원국들은 차별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모든 GATT/WTO 회원국에게 최혜국대우(most-favored nation)를 보장해 주는 무차별원칙(principle of non-discrimination)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GATT 제24조에 따르면 관세동맹이나 자유무역지대와 같은 특혜무역협정은 그것이 당사국들의 “실질적인 모든 무역(substantially all trade)”의 장벽을 철폐하고, 다른 GATT/WTO 회원국들에게 기존보다 더 높은 무역장벽을 형성하지 않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하지만 그 규정 자체의 모호성 때문에 무분별한 특혜무역협정의 확산에 제동을 걸고 있지 못하다. 현재 WTO지역무역협정위원회(Committee on Regional Trade Agreements, CRTA)를 중심으로 특혜무역협정에 관한 WTO 규정을 명확히 하고 보완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나, 그 논의 속도가 매우 더딘 상황이다.

한편, 후생경제학적 차원에서 자유무역협정과 같은 특혜무역협정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그것으로 인한 무역창출(trade creation)효과와 무역전환(trade diversion)효과가 모호하다는데 있다.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회원국들 사이에 시장이 크게 확대되어 비교우위에 있는 상품의 수출과 투자가 촉진되고, 동시에 무역창출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비회원국들은 기존의 시장으로부터 퇴출되어 피해를 입게 되고, 그로 인한 국가간 갈등이 무역전쟁으로 비화될 소지를 안고 있다.

 

2) 발생원인 및 유형

 

정부 간의 협상과 협정을 통해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가장 일차적 목표는 경제적 이득의 확보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① 자유무역협정이 개방을 통해 경쟁을 심화시킴으로써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② NAFTA 이후 멕시코의 사례에서 보듯이 무역 및 외국인 직접투자의 유입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으며, ③ WTO에 따는 다자간 무역협상의 경우에는 장기간이 소요되고, 회원국수의 급증으로 합의 도출이 어렵고, ④ 특정국가간의 배타적 호혜조치가 실익 제고, 부담 완화 및 관심사항 반영에 보다 유리할 수 있고, ⑤ 타 FTA로부터의 배제에 따른 무역전환효과의 극복 등의 경제적 동기를 들 수 있다.

아울러 정치 및 안보적 측면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근 EU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통합이 지속적으로 강화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경제적 동기 외에도 독일을 견제하려는 주변국들의 정치적 고려가 중요하게 작용하였던 것이다. 이는 NAFTA체결과정에서 미국이 보여준 태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미국이 수많은 국내외적 반대를 무릅쓰고 멕시코의 가입을 서두른 배경에는 단순한 경제적 동기 외에도 거대하고 잠재적으로 불안정한 멕시코를 자신의 정치경제적 영향권 안에 묶어두려는 계산이 깔려있었던 것이다.

 

현실적으로 FTA를 중심으로 하는 특혜무역협정이라는 스펙트럼 내에는 경제적 통합과 정치적 협력의 정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협력방식이 존재한다. 즉, 특혜무역협정의 구체적 형태들은 어느 한 가지 측면에 국한되어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기보다는 단계별로 연관성을 갖고서 발전하는 하나의 동태적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국가의 정치적 경계나 각종 차별대우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무역거래에 관한 것으로서, 경제통합을 형성하는 국가들은 우선적으로 무역장벽의 제거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보통이다. 경제통합과 정치적 협력의 정도를 기준으로 일반적으로 논의되는 특혜무역협정들의 구체적인 형태들은 다음과 같다.

 

(가) 자유무역지대 혹은 자유무역협정

회원국들 상호간에는 관세 및 기타 모든 무역제한조치들을 폐지함으로써 완전한 자유무역을 달성하지만 비회원국과의 무역에 있어서는 각국이 개별적인 무역장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제통합의 형태이다. 1960년 영국,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포르투갈, 스위스 및 스웨덴에 의해서 창설된 유럽자유무역연합(European Free Trade Association, EFTA), 1994년 1월부터 발효된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멕시코 간의 NAFTA, 그리고 최근 들어 동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는 FTA들이 그것이다.

 

(나) 관세동맹

회원국 사이의 무역에 대해서는 자유무역지대나 자유무역협정과 마찬가지로 관세 및 기타 무역장벽을 제거하여 자유무역을 하게 되지만 비회원국으로부터의 수입품에 대해서는 공동역외관세(common external tariff)를 부과하는 형태를 말한다. 관세동맹의 예는 역사적으로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 1834년 독일의 여러 주권국가에 의해 설립된 관세동맹(Zollverein), 1958년에 형성된 유럽경제공동체(European Economic Community, EEC), 그리고 중남미 국가들의 Mercosur 등을 들 수 있다.

 

(다) 공동시장(common market)

이것은 관세동맹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회원국들 간에 생산요소가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공동시장은 회원국 간의 무역에 있어서 모든 무역장벽을 철폐하고 비회원국에 대해서 공동무역정책을 취할 뿐만 아니라, 회원국 간의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하는 관세동맹이라고 할 수 있다.

 

(라) 경제동맹(economic union)

이것은 공동시장의 형태에서 더 발전하여 회원국들 상호간에 금융 및 재정정책을 조화시키거나 단일화시키는 형태를 말한다. 이에 대한 예로 우선 베네룩스 3국을 들 수 있는데, 이것은 1960년에 형성된 벨기에, 네델란드, 그리고 룩셈부르크의 경제동맹이다. 또한 유럽연합도 2002년부터 공동화폐인 유로화를 사용함으로써 보다 구체적인 경제동맹의 형태를 갖추어 가고 있다. 이러한 경제동맹은 경제통합의 궁극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3)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

 

최근 우리나라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은 그 속도와 범위에 있어서 매우 두드러진다. 우리나라는 최근 칠레(2002), 싱가포르(2004),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2005), 동남아국가연합(ASEAN, 2005), 그리고 미국(2007) 등과 양자간 FTA를 체결하였다. 또한 일본, 캐나다, 멕시코, 인도, 유럽연합(EU)과도 FTA 협상이 진행 중 일뿐만 아니라 호주,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걸프협력회의(GCC), Mercosur 등과의 FTA 가능성도 타진 중이다.

196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는 GATT/WTO의 다자간 무역체제 하에서 수출지향 산업정책을 취함으로써 단기간 내에 경제도약에 성공했다. 1967년 GATT 가입 이후, 보다 공세적으로 수출 진흥정책을 편 우리나라에게 세계무역체제로의 통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였다. 그러나 1997-98년 동아시아 외환위기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1999년,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WTO 각료회담에서 회원국들 간의 이견과 반세계화운동의 압력 때문에 새로운 다자간무역회담이 출범조차 못하게 되자, 새로운 수출시장의 활로를 찾아야만 하는 우리나라 정부 내에 위기의식이 감돌았다.

 

이러한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으로써 등장한 것이 자유무역협정이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1998년 11월에 공식적으로 자유무역협정 추진을 선언함으로써 “다자주의를 통한 미국시장에의 접근과 경쟁력 없는 국내산업의 보호”라는 전통적 중상주의적 통상정책의 기조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2003년에 들어선 노무현 정부는 FTA로드맵을 만들어 동시다발적 FTA추진전략을 선언했을 뿐만 아니라, 무역자유화 반대그룹들을 달래기 위한 보조금을 확대하는 등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한-미 FTA를 둘러싸고 지난 2006년-2007년에 격화되었던 논쟁이 이를 잘 말해준다. 당시 소수 급진주의자들은 한-미 FTA와 신자유주의적 개혁 간의 은밀한 관계를 “제2의 IMF 자유화”라고 공격하였다. 이에 맞서 노무현 정부는 무역자유화로 인해 피해를 입을 계층을 보호하고, 무역자유화에 대한 지속적인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매우 관대한 이면보상 조치들과 무역자유화 조치들을 병행하게 되었다.

 

4) 평가와 전망

 

전간기(interwar period)의 차별적인 무역블럭화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그 해악을 방지할 수 있는 건전한 다자주의적 무역체제의 필요성에 대한 전 세계적 공감대에 따라 형성된 GATT체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80년대 말까지 전 세계적인 무역자유화를 주도하였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증가하기 시작한 자유무역협정으로 대표되는 지역주의(regionalism)는 세계주의(globalism)와 함께 오늘날 국제경제체제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가 되었다. 예컨대, 1947년부터 1994년까지 47년간의 GATT 시대에 GATT에 통보된 자유무역협정이 124건인데 비해, 1995년 출범한 WTO의 초기 9년간 이보다 보다 많은 수인 176개의 자유무역협정 통보가 이루어졌다. 2005년 12월 현재 전 세계적으로 300개 이상의 자유무역협정이 발효 중이며, 전 세계 무역 중 특혜무역협정 내의 무역비중이 5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유무역협정을 포함한 특혜무역협정의 이익은 가시적이고 직접적인 반면, 역기능을 억제하기 위한 다자적인 감시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또한 지난 2001년에 개시된 제9차 WTO 다자간 무역자유화 협상인 도하개발라운드(Doha Development Round, DDR)가 현재 농업보조금 등을 둘러싼 미국-EU-개발도상국 간의 이견으로 답보상태에 빠져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자유무역협정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참고문헌

구민교 (1997). 「지역주의와 다자주의의 공존과 갈등의 원인분석 및 정책적 함의에 관한 연구」. 행정학석사학위논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 <http://www.mofat.go.kr/economic/fta/index.jsp>.

최병선 (1999). 「무역정치경제론」. 서울: 박영사.

최태욱 (2006). 한국 정부의 FTA 추진전략과 문제점」. 서울: 미래전략연구원.

Aggarwal, Vinod K. and Shujiro Urata, eds. (2006), Bilateral Trade Agreements in the Asia-Pacific: Origins, Evolution, and Implications, London: Routledge.

Koo, Min Gyo (2006), “From Multilateralism to Bilateralism? A Shift in South Korea's Trade Strategy,“ in Vinod K. Aggarwal and Shujiro Urata, eds., Bilateral Trade Agreements in the Asia-Pacific: Origins, Evolution, and Implications, London: Routle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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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구민교 (mgkoo@yonsei.ac.kr)

작성일: 20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