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체포동의안 통과를 보며
어제 이석기 국회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사람을 앞에 두고 붙잡아 가는 것에 표를 던지는 생중계방송, 그 방송장면은 사형집행 장면을 보는 듯 마음이 무거웠다. 무기명이지만, 찬반 결정 방향을 미리 정하고, 사람을 앉힌 채, 구속하라고표시한다는 게 얼마나 냉혹한 일인가?
이정희 대표의 표현을 빌릴 때, 농담이 지나쳤다는 비판은 가능하지만 그 죄목대로 내란음모를 인정할 만한 지 의문이다.
국회의원으로서 제도권안에서 변화가 가능한 이가 무엇하러 음모를 꾸밀까?
이 건은 국정원이 해선 안되는 댓글작업에 대한 사법 처리를 먼저한 후, 국회에서 어제처럼 처리하여야 옳았다. 그래야 시시비비를 정확히 가린다는 인식을 주는데 지금으로서는 국정원 잘못을 희석하려는 것이 아닌가...
큰소리가 작은 소리를 덮는 것을 마스킹 이펙트(masking effect)라고 부른다. 자극적인 이슈 즉 성폭력, 강력사건, 종북, 좌파 이념논쟁....이런 소리는 기존의 소리를 덮기 쉽다.
5월에 있었던 이석기 의원에 대한 어제 처리는 그 당시에 하였거나, 국정원 댓글 사법처리가 끝난 후 해야 오해가 없다.
좌우로 나누진 우리 사회, 그리고 비대한 권력기구의 잘못된 운영은 개인의 인권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좌우 분열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반드시 평화 통일이 되어야 할 당위성의 근거다. 그래야만 지금같은 분열이 없어지고 사회통합이 가능하다는 것을 어제 생중계를 보며 느꼈다.
국정원은 현재 좌우 분열속에 설 자리를 겨우 확보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통일되면 국정원이 자국민을 감시하기 보다는 산업스파이라던가 국가간 경쟁에서 경쟁력을 해치는 사건을 파악하는 데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애국심은 대한민국 국민의 몸 속에 흐르는 홀몬과 같다. 누구나 국민이라면 국기와 애국가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진보통합당도 이번 기회에 절차적으로 개선할 것은 개선하는 게 좋다. 그리고 내란음모에 대해서는 내란은 무기를 갖고 있는 조직에서나 실현 가능할 뿐 장남감 총 개조 이야기 하는 수준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니 침소봉대라는 인상을 준다.
이제 사법부에게 공이 넘어 가겠기에, 사법부에게 바라는 것은 인권을 앞에 놓고 이 건을 다루었으면 하는 것이다. 침소봉대하여 사법부마저, 돌아 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지 말길 바란다.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 단 한번 살고 다들 한줌 흙으로 돌아간다. 자신이 태어난 땅, 대한민국이 좀더 잘 사는 나라가 되길 원치 않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는가?
당당하게 자백하지 않은 개인에게 죄를 집단적으로 고문하듯 몰아 처벌하는 것은, 통일 후에 돌아 보면 또 하나의 부끄럽고 고통스런 기억이 될 지 모른다. 좌우 분열을 보면 볼수록, 현재 논의에 매몰되지 말고 그 분열의 원천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