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미래 : 지각변동
무엇보다 토플러 부부가 말하는 부의 미래 속에 한국과 중국, 일본은 어떻게 그려져 있는지 궁금하다. 그는 중국과 일본을 먼저 설명한 후, 한국에 대해서는 한반도의 시간과의 충돌이란 제목으로 주로 통일 문제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부의 미래에서 다룬 한반도는 지식에 기반을 둔 제3의 물결에 속한 남한과 빈곤에 허덕이는 제1물결과 제2물결에 속하는 북한이 존재하는 곳이다. 남북한 모두 수퍼파워와는 멀지만 북쪽이 탄도미사일과 핵탄도 기술을 확보했을 때, 두 국가 사이에 발생하는 일은 전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 한반도에 부의 창출시스템인 공간, 지식, 시간이 어떻게 작용할 것인가에 관해, 지식과 공간은 분명하게 예측이 가능하지만 시간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즉, 지식의 경우는 남한이 지식기지를 확대하고 있는 반면,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그들의 공간적 영향력을 확대시킬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 미래의 핵심인 시간에 관해서는, 북한이 협상을 지연하면 할수록 그들의 무기는 정밀해지고 협상력이 더욱 강력해 지기 때문에, 결국 가장 느린 템포로 춤을 춘 자가 승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남한은 빨리빨리라는 속도지상주의적 문화를 갖고 있음에도, 통일에 관해서는 점진적인 대북 포용정책과 평화공존의 신중함을 표방하는 모순을 갖고 있다며, 1989년 독일통일의 예를 들면서 독일 통일은 서독이 통일속도를 결정한 것이 아니라 동독이 결정했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미래의 한반도는 점진적인 논리적 시도와 급속히 변화하는 현실간의 모순속에서 시간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이라고 주장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두마리 토끼전략의 필요에 관해 조언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제2물결 산업을 포기하고 제3물결의 경제로 나아 가는 것을 보고 저기술개발에 치중하기보다 세계일류하이테크 지식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즉 주변국들이 장래 거대한 중국이 아시아를 지배할 때 자신이 차지할 자리를 계산하느라 바쁠 때, 중국의 야망은 세계를 향해 있었다. 그들은 바둑의 고수처럼 미국의 안마당인 남아메리카에 투자의 손을 뻗쳤고, 국방비를 증가시켰으며 미국 전역을 목표로 삼을 수 있는 핵미사일까지 배치했다. 이처럼 시간의 압축과 동시에 공간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지식의 창조와 판매는 물론, 심지어 지식의 도둑질까지도 앞선다고 중국을 평가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내에 도시노동자와 농민 경제와 지식기반경제라는 3분화된 경제간의 물결분쟁(wave conflict)으로서, 서로 다른 요구와 이해를 갖고 있는 3개의 경제체제와 정부간의 대립으로 인해 수십년 내에 적어도 한차례 이상 분쟁을 겪게 될 것으로 이 책은 내다보고 있다. 피묻은 실과 같은 노동자와 농민연합, 그리고 제3의 물결을 옹호하는 자들을 하나로 묶는 것은 강력한 지도자의 등장이 있기 전에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과거 대약진운동이나 문화대혁명이 중국인들, 그들만의 지옥으로 멀찌기 바라 볼 수 있었던 것은 외부와 경제가 단절되었던 때의 이야기이다. 중국에 고정자산과 투자를 한 오늘날의 세계 각국에게 중국의 폭력사태나 두마리 토끼전략이 고통스런 실험으로 끝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강건너 불이 될 수 없을을 밝히고 있다.
일본은 경제가 삼분화된 중국과 달리, 축소되는 산업화 경제와 성장하는 지식경제로 이분화되어 있다. 일본의 성장이 위축된 것은 일본의 과학과 기술분야는 선두를 차지하고 있지만 서비스(법률, 회계, 보건부분)와 제조부분은 느린 때문이다. 또한 제2물결의 반발, 농업부문이 과도하게 주장할 수 있는 정치상황, 구조조정에 대한 관료들의 저항등은 지식기반경제로 가기 위한 경주에서 일본을 뒤쳐지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이 책은 제3 물결이 주는 교훈인, 비유연성을 동반하는 거대주의보다는 소규모 조직이 발전할 수 있도록 회생문화(comback culture)와 같은 우호적인 숙주환경을 만드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여기서 말하는 회생문화란 실패는 경력의 종말이 아니라 유용한 경험의 습득으로 여겨질 수 있는 문화를 의미한다).
일본이 안고 있는 문제는 엔화가치하락, 에너지 가격상승, 중국과 인도의 부상, 이용가능한 두뇌역량의 절반만 사용하는 셈인 남녀의 노동구분, 여성의 황위계승권 승계가 불가능한 현행법등을 든다. 그리고 앞으로 중국의 값싼 제품에 일본의 시장이 잠식되는 것에 대응하려면 일본 역시 중국과 같은 두 마리 토끼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아시아의 군사, 환경등에 있어 균형자 역할을 하고 있는 일본의 미래 발전은 중국, 미국, 유럽과 아시아의 부의 미래도 결정할 것이다.
부의 미래의 원 제목은 <혁명적 부, revolutionary wealth>이다. 미래의 부를 창출하는 총체적 시스템을 제3의 물결로 부르고 이 물결에 기반으로 작용하는 시간과 공간, 지식의 특징을 설명한 후, 사회 조직, 국가에도 적용한 글이다. 이 책은 쪽집게 점쟁이처럼 미래를 예측했다기 보다 부를 지향하는 데 걸림돌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알 수 있게 해 준다. 특히 브라질의 미래 도시에서 본 24시 관청과 일본에게 제시한 회생문화, 남녀노동구분의 문제 해결 등은 먼 미래가 아닌 바로 현재의 수요이기도 하다.
이 두꺼운 책 중에서 미래 예측이 이미 익숙하게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그들의 집필 속도보다 현실의 속도가 더 빨리 달린 때문이리라. 아무튼 미래는 속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이 책 중에서 공감한 부분을 적으며 끝맺는다.
"경제 발전의 속도를 높여 가는 나라의 주요 제도들이 뒤쳐져 있다면, 부를 장출하는 잠재력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