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항아리/독서

신경림 목계장터

mylim 2007. 3. 22. 03:17

 

                           목계장터

 

                                              신 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하네

 

  철룡, 훅룡 흩어져 비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울장수 되라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속에 얼굴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

   짐부리고 앉아쉬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하네

 

 

이 시는 파란 가을햇살을 받고 박가분을 파는 방울장수가 있는 목계장터를 그리게 된다. 떠도는 장터처럼, 그렇게 집착하지 않고 사는 삶에 관해 생각하게 한다. 그런데 집착을 버리는 게 어려워서인지, 이 시는 어딘지 모르게 쓸쓸함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