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저자가 '68년 통혁당사건으로 20년20일을 복역하면서 보낸 편지를 모은 것이다. 엽서라는 제한된 지면에 하고 싶은 말을 하려다 보니 응축된 표현을 하고 있어서, 속독이 힘든 책이었다. 논문이 아닌 데 논문을 읽는 속도로 읽었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이 여러 곳이지만, 실천과 이론적 연구의 연결을 강조한 부분이 특히 그랬다.
' 대개의 책은 실천의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너무나 흰 손에 의해서 집필된 경험의 간접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 그래서 책에서 얻은 지식이 흔히 실천과 유리된 관념의 그림자이기 쉽습니다. 그것은 실천에 의해 검증되지 않고 실천과 함께 발전하지도 않는 허약한 가설, ...미래의 실천을 위해서도 아무런 도움이 못되는 것입니다. ... 지식은 책 속이나 서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리된 경험과 실천 속에, 그것과의 통일 속에 존재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사실 너무나 흰 손에 의해 집필된 간접경험의 채집록은 실제로는 별 도움되지 않는다. 남의 힘든 실례를 인용하면서, 자신의 손은 안전하게, 희게 갖고 있는 사람들은 개인적으로는 복된 삶이지만, 남에게 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사고만이 자유로운 그 곳에서 저자는 그 조건을 최대로 이용하려 애썼고, 먼훗날 그 엽서들이 책으로 엮어진다. 엽서라는 작은 지면에 응축된 그의 사고가 마침내 책으로 부풀어 오르게 된 것이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 저자가 감옥생활의 중간 중간에, 강인하게 언젠가 피울 꽃을 바라고 준비하였기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를 짐작하게 하는 문장을 옮겨본다.
' 쓰레기통 옆의 잊혀진 자리에서 꽃나무는 저 혼자의 힘으로 힘차게 팔을 뻗고 일어서 있었습니다. 단단히 주먹쥔 봉오리가 그 속에 빛나는 꽃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153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