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외식을 갔다. 음식을 기다리면서도 아이가 5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읽었다. 그 책은 칼레드 호세이니의 장편소설 <연을 쫓는 아이>로써 아프가니스탄이 영어로 쓴 것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었다. 소설은 아미르란 아프가니스탄 소년이 성장하면서 겪은 개인적 경험과 그 경험의 배경인 아프가니스탄 사회와 역사 기록이 들어 있는 책이다. 이 책을 다 읽은 후에 책을 권하길래, 남편은 하루만에, 나는 이틀만에 다 읽었다.
온 가족이 읽은 소설, <연을 쫓는 아이>는 우리나라 연날리기와 같은, 연날리기 대회가 있는 아프카니스탄의 한 풍경을 제목으로 한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아미르는 파쉬트인(수니파 이슬람 교도로서 인구의 다수인 80%를 차지)이고, 하인의 아들 하산은 하자라인으로서 이 둘은 어릴 때 친구처럼 자랐지만 친구가 될 수 없었다. 그들은 인종이 달랐고, 지배와 복종관계라는 연(緣)으로 맺어져 있었다. 이 소설은 쉽게 읽을 수 읽지만 내용 속에는 인종간 계층간의 갈등과 정치 상황이 한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을 뚜렷하게 알게 해 주고, 특히 지난 번 납치사건을 통해 원하지 않는 관심을 갖었던 바로 그 아프카니스탄의 역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도 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잊을 수 없는 부분은 어렵게 구출한 하산의 아들 소랍이 자살을 기도했을 때, 소랍를 살리기 위해 병원 복도에서 하는 아미르의 기도 장면이었다.
'(병원)마루에 시트로 급조한 기도용 깔개를 깐 다음 무릎을 끓고 바닥에 이마를 댔다. 눈물이 시트에 스며들었다. 서쪽을 향해 절을 하다가 내가 15년 넘게 기도를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도문은 오래 전에 잊어버렸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아직 생각나는 몇 마디 기도문을 계속 외웠다........나는 (신을 믿지 않은 아버지) 바바가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신은 존재하고 항상 존재했었다. 이 곳 복도에 있는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눈에서 나는 신을 보았다. 밝은 다이아몬드 빛과 높이 솟은 광탑이 있는 하얀 사원이 아닌, 바로 이 곳이 진정한 신의 집이며 신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신을 찾게 되는 곳이었다.... 내 손은 하산의 피로 얼룩졌다. 부디 그의 아들의 피로 내 손이 얼룩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신에게 빌었다......'
그 후, 주인공 아미르는 용서와 함께 비로소 편안해 진다. '소랍의 방문을 닫으면서 용서라는 것이 그런 식으로 싹트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용서란 요란한 깨달음의 팡파르와 함께 싹트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 소지품들을 모아서 짐을 꾸린 다음 한 밤 중에 예고없이 조용히 빠져나갈 때 함께 싹트는 것이 아닐까?'
이 소설처럼, 크고 작은 고통의 소지품들을 모아서 짐을 꾸려서 버리고 싶은 이 해의 마지막 날,
연을 쫓는 아이들처럼, 세상 곳곳은 모두 기도를 좇는 게 아닐까....
* <이 책에 나온 아프카니스탄 역사 설명>
아프카니스탄은 자히르샤 왕정이 무하미드 다우드에 의해 공화체로 대치되었고, 1978년 쿠데타로 인해 아프카니스탄에 좌익 친소정권이 들어섰으며 1979년 정권 수호라는 명분하에 소련이 침공했다. 이 소련군은 1988년 제네바 협정으로 철수했고 1992년 사회주의 정권이 무너지고 연립정권이 들어섰으며 1995년 탈레반이 들어섰고 이 탈레반하에서 미국의 2001년 9*11테러가 발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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