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일(雪日)
- 김남조-
겨울 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攝理)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한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
이 시는 새해를 맞이하면서 세상사는 마음가짐을 다듬는 듯하다.
지금은 9월, 오늘은 가랑비가 내린다. 한 해가 얼마 안남았다는 조급함 속에
마음도 흐뜨러지기 쉬운 때,
이 시를 쓴 시인의 마음을 바라본다.
' 삶은 언제나 은총(恩寵)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 란 표현을 바라본다.
은총의 돌층계에 앉아서 2009.9.7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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