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나온 노무현 전 대통령 책을 읽어봤다.
참여 정부에 대한 정책을 비판한 신동아 책을 본 지 얼마 안되어, 이 책을 보았는데 미흡하긴 하지만 참여정부에서 한 일을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구술한 내용을 정리한 듯한 이 책은 내용이 촘촘하지 못하다. 아마 지금까지 저자가 살아서 직접 손을 보았더라면 훨씬 탄탄한 내용이 되었을 텐데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몇몇 구절은 보는 이의 시선을 머물게 했다. 일일이 다 적을 수 없어 간단히나마 옮겨 본다.
정책에 대한 노대통령의 견해
정책을 결정하는 힘을 권력이라고 한다. ... 과연 정책은 누가 결정하는 것일까? 절차로만 정책을 입안하는 사람들은 대통령, 정부, 정당, 국회 등이다. 그들은 여론을 살피고 여론을 내세운다. 물론 여론은 정치조직, 언론 등의 선전, 선동, 설득, 거짓말, 심리조작등의 공작으로 변화하고 조작되기도 한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여론은 국민의 생각에 달려 있다.(84)
정치인 노무현의 탄생 전후
1966년 울산막노동판에 갔습니다. ... 그 때는 제가 사법 및 행정요원 예비시험을 준비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시험을 준비하고 있어 필요한 책을 더 사야 하는데 돈은 없고 해서 공사장에 가서 책값을 좀 벌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한푼도 못벌었습니다. 처음에는 밥값도 못했습니다. 결국 밥값을 떼어 먹고 도망쳐 왔는데.... 두번째는 ... 그만 다쳐버리고 말았습니다. 전봇대처럼 생긴 나무를 뽑다가 맞아서 병원에 입원을 했는데 정신을 잃었습니다. ... 합격 발표를 병원에서 보게 되었습니다.(128)
1989년 8월 영등포을구 보궐선거가 있었습니다. 평화민주당과 통일민주당이 통합하면 이기고 갈라서면 반드시 질 수 밖에 없는 선거였습니다. .. 그 선거에 지고 나서부터 통합운동을 시작했는데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정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144)
참여정부의 정책들
참여정부의 복지정책은 국민의 정부를 따라 간 것입니다.... 복지예산에서 2002년 전체재정의 20%였는데 2007년 28%까지 올라왔습니다. 8%는 작은 숫자가 아닙니다. 그렇게 참여정부가 노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193).
모르는 사람들은 가끔 당신은 왜 자꾸 친미를 하는가? 하고 묻습니다. 그런데 남북문제나 동북아시아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친미도 하고 친북도 하고 친중, 친소, 친일도 해야 합니다. 고전적 의미의 친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해야 합니다.
이라크 파병관련 - 미국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은 한국전쟁당시 이 곳에 와서 희생된 사람들입니다.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국민들의 인식과 그 나라 국민들의 인식입니다. 미국 국민들이 한국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가, 그것이 한미외교의 핵심입니다. 우리가 이라크 파병을 거절했을 경우, 양국정부간에도 어려움이 생기겠지만 미국 국민들이 갖게 될 섭섭함이 길게는 한미 간에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222-223).
주요정치 활동
대의가 있고 그 다음에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도전하는 것입니다.떨어지더라도 정치적으로는 실패할 지 모르지만 인간으로서는 실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이 부산에서의 선거는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14대 선거 당시 대세가 아닌데 제가 부산에 출마하겠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모두 안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날고 살아 있는 물고기는 거슬러 헤엄을 친다는 거창한 문구를 선거구호로 내걸었습니다.(154).
2000년 4.13총선에서 지고 난 후 노사모가 만들어지면서 인터넷 공간에서 바보 노무현이란 말이 떠돌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 종로에서 당선되었는데 훨씬 유리한 그 곳을 버리고 왜 불리한 부산에 가는가? 하면서 바보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습니다.(156)
이상적인 지도자 상에 대한 견해
정치인들을 보면 대세에 편승해서 즉 상황과 민심에 편승해서 표만 받으려는 사람이 있고 역사와 진보의 꼭 필요한 전선에 마주서서 상황을 돌파하고 때로는 민심을 새롭게 일으켜서 이끌고 가려는, 그런 깃발을 세우는 정치인이 있습니다. 저는 적어도 지도자가 될 정치인이라면 후자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257)
행정수도 이전문제와 신뢰
정치적 필요에 따라 정치인들이 말을 수시로 뒤집고 언론이 그것을 편들며 거들어서 같이 뒤집습니다. 행정수도 이전문제도 그렇습니다.(264)
민주주의의 미래
선거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주권자는 정치권력과 시장권력 아래서 지배받는 개인이 될 수도 있고.. 이들 권력을 조정할 수 있는 상위 주권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제가 말하는 민주주의의 미래입니다(273) 미래 민주주의는 계급적 집단에 기초한 정당, 그 정당의 투쟁에 의해서 실현되고 발전해 가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 속에서 정정당당히 승부해서 성공한 사람들의 도덕적 각성과 민주적 시민으로서의 자각을 토대로 해서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277)
죽음 전의 사유(고백)
권력의 사유화는 권력의 속성이고 이를 막는 것은 정치의 근본과제입니다. 수신제가라는 말에 대해서는 왜곡을 피해야 할 것이지만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므로 주변 관리는 정치인의 책임입니다. 그리고 털어도 먼지 안나게 살아야지요.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시민이 당당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 그래야 하는 것입니다.(19)
정치,그리고 언론에 대해
돈많은 사람들만 정치를 할 수 있는 세상이 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언론이 돈과 손잡고 있고 언론재벌이 언론을 독점하는 세상에서는 정치판도 돈많은 사람들의 세상이 될 것입니다.(75)
정말 언론은 사회의 공기일까? 정도를 넘으면 흉기가 된다. 카메라도 볼펜도 사람도 생각도 흉기가 된다(77)
우리나라 정치 발전에 대한 의견
제가 가진 정치적 목적은 나라의 정치가 제대로 운영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가 조금 더 발전해 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치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장 암적인 요소들이 지역분열, 기회주의입니다. 그 것을 한번 바로 잡아보고 싶었던 것이 제 정치적 목표입니다. 이 것이 성공하면 역사가 앞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입니다.(247)
* 지금까지 본 미완성의 회고록 가운데, 국가적 지도자가 되려면 국민의 눈높이를 넘어 역사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258페이지)는 페이지를 가장 오래 보았었다. 그리고 '대의가 있고 그 다음에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도전하는 것입니다.'란 말은 훗날 큰 꿈을 꾸는 모든 이들과 함께 기억하고 싶은 말이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할 말을 다 하지 못한, 목차만 써놓은 페이지와 엉성한 책의 여백이 안타까왔다. 참여정부의 입장에 실패만 있는 게 아님을 조금 설득당하는 순간, 책이 끝난 것 같다. 함께 일했던 그의 뜻을 사랑한 사람들이, 이 책에서 다 못 쓴 공간을 채울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참고 출처 : 성공과 좌절, 노무현, 2009. 학고재
(30년 전 10.26 사건이 있던 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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