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너무 늦게 읽었다고 후회한 책이 있다. 바로 백범일지이다. 10대와 적어도 20대에 읽었어야 했는데 그 시기를 놓친 것이 정말 안타깝다. 시대가 변해, 이제는 일제에 대항하는 독립운동이 과거역사로만 남아 있지만, 아무튼 이 책을 좀더 일찍 읽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백범일지를 보면 그의 일생에 영향을 준, 세 가지 구절이 보인다. 그 중 하나는 '얼굴 좋음이 몸 좋음만 못하고 몸좋음이 마음좋음만 못하다<마의상서>' 는 말이다. 백범은 과거시험에 실패한 후에, 관상공부를 하여 명당자리를 잘 보아 복록과 성인군자를 만나길 바라는 아버지 뜻을 따른다. 그런데 관상공부를 하면서 자신의 길흉을 보니, 빈천하고 흉한 얼굴상이어서 실망을 하게 된다. 이 때 실망하는 그에게 희망을 준 말이 바로 <마의상서>에 나온 말이다.
그 당시 <손무자><오기자><육도><삼략>등 병서에 취하다가, 그의 마음을 이끄는 또다른 한 구절을 발견하게 된다.'태산이 무너지더라도 마음을 동요치 말고, 병졸들과 함께 즐거움과 어려움을 같이 하며, 나아가고 물러감을 범과 같이 하고, 남을 알고 저를 알면 백번 싸워도 지지 아니하리라.'
이 때가 백범이 열일곱살, 일년 동안 병서를 읽으며 지냈다고 적혀있다.
그 후 동학에 참여했으나 패하고, 안중근의 아버지인 안진사(안태현)께 몸을 의탁하게 된다. 그곳에서 해서에서 손꼽히는 학자인 고산림(고능선이 본명)을 만나게 되어 그의 가르침을 받는다. 이 때 실행력과 결단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우는 구절을 배우게 된다. '나무를 오르는데 나무가지를 잡는 것이 이상할 것 없고, 벼랑에서 손을 놓는 것이 장부이다.' 이 구절은 윤봉길의 거사 하루 전, 다음 날의 성공을 빌며 백범이 윤봉길에게 들려준다. 다음 날, 점심도시락과 물통, 일장기만 들고 입장이 가능한 홍구공원의 일본승전축하식장에, 윤봉길은 백범이 만들어 준 도시락 폭탄을 들고 떠난다. 떠나는 그에게 백범은 목이 메인 목소리로 '후일 지하에서 만납시다'라고 말한다( 이 윤봉길 의거 후, 일제에 대항한 독립운동이 전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만주사변, 만보산 사건으로 악화된 중국인의 한국인에 대한 감정도 호전이 되면서 임시정부는 명맥을 유지하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도중에 다른 일은 거의 할 수 없었다. 사람을 붙드는 백범때문이었다. 윤봉길의사에게 벼랑에서 손을 놓으라고 해야만 했던 백범의 심정을 헤아리면서.....
'나무를 오르는데 나무가지를 잡는 것이 이상할 것 없고, 벼랑에서 손을 놓는 것이 장부이다.'
참조: 백범일지, 신호웅 편역, 2006. 경혜사 출판
백범일지, 2008, 필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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