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과 시선/요즘 이슈

신정아씨의 출판을 보고

mylim 2011. 3. 26. 19:45

신정아씨가 책을 냈다. 그 책은 나오자 마자 수만부가 팔려 나갔다고 한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 썼다는 자서전에 우리가 잘 아는 이름들이 등장했고 그 책 내용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나는 몇 년 전 그녀의 누드 사진이 인터넷에 나온 것을 보고 우리 언론의 치졸함을 바라보면서 그 일간지에 대한 비판을 이 블로그에 올린 적 있었다. 사회에서 뭇매를 맞으면서 말할 기회를 빼앗긴 한 여성에게 가한 언론사의 가해 행위는 졸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신정아씨는 그 후 세상에서 버림받은 듯한 고독과 모멸, 수치 그런 것으로 시간을 보냈으리라 짐작한다.

 

그런 그녀가 책을 냈다. 자기의 수인번호를 책 제목으로. 나는 그 책 내용이 다분히 벼랑 끝에 선 자의 고백일 수 있기에 고백을 빌린 고발 내용도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사실 유무를 가리는 작업이 앞으로 있을 수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출판사는 원고를 여러 번 검토하는 과정에서 정확성을 매우 중요시 한다. 무엇보다도 과거 수인번호와 결별한다는 뜻으로 이 책을 쓴 것이기에 대부분은 사실에 입각해서 쓰여졌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당장,  책에 등장한 인물들은 불편하고 당황스러울 수 있겠지만 이 책의 발간은 앞으로 우리 지도층의 도덕적 성숙을 가져오게 만들 것이다. 과거에는 유서를 남기며 억울함을 호소하였지만 친필 여부를 따지고 사실여부를 가리는 데 시간을 끌면서, 죽은 이의 억울함은 밀쳐질 수도 있다(장자연 사건). 그러나 살아서 목소리를 내는 이런 경우는 그런 과정이 필요없이 사회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대립된 효과는 앞으로 자신의 경험을 특히 치부를 드러내면서라도  말하겠다는 결단만 한다면, 기록으로 말하려는 시도를 증가시키게 할 것이다.
      

그런데 기록을 남기는 데 있어서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죽은 사람(노***)을 실명으로 거론한 점이다. 죽은 이는 진위를 밝히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영원한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죽은 이와의 일을 실명을 밝히는 것은 어딘가 정당하지 못한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 특히 애정에 대한 것은 상대방 가족의 불편을 고려했어야 옳다. 상대방이 가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가정의 구성원이 애정 행위묘사로 인해 받게 되는 영향을 감안했어야 한다. 상대방이 가정이 있음을 알면서도 사랑한 경우(변**)는  상대의 가족 구성원에게도 상처이고 충격적 행위이다. 따라서 이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게 되면 상대방 가족들에게 얼마나 피해가 갈 지 상식적으로 짐작할 수 있는 일인데 이를 가볍게 여긴 것 같다.  

 

나는 그녀에게 세상이 한 때 지나치게 가혹하였다고 생각한다. 여론이 그녀를 벼랑으로 몰아만 갈 뿐, 그녀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주는 곳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 힘든 시간을 넘어 이제 새로이 출발하려 하는 시도는 귀한 일이다. 특히 그녀의 책은 이런 고백이 우리 사회에 이어지게 하는 하나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도덕적 결함을 지적하려면 나를 돌아보는 게 선행되어야 하고, 특히 책은 기록이기에 솔직하되 신중하게 표현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을 전하고 싶다.    

 

요즘, 출판사에서 책을 내면 천 권을 인쇄하여도 다 팔리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이 번 출판한 책이 수만부가 다 팔린 것은 호기심이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신정아씨가 앞으로 다시 서길 바라는 바람도 들어 있을 지 모른다.

 

혹시 이 글을 신정아씨가 본다면 이번 책 출판이 벼랑에서 평지를 향해 발길을 돌리는 계기가 되길,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이 세상에 유익을 주는 방향으로 사용하며 반듯하게 걸어 가는 출발이 되길 진심으로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