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과 시선/요즘 이슈

<두 개의 문>

mylim 2012. 7. 16. 02:49

늦은 저녁시간, 강남 브로드웨이극장에서 <두 개의 문>을 보고 왔습니다. 용산참사를 다룬 이 영상물은 과거 제한된 공간과 시간에 일어난 사건을 보여 주어, 일반인들에게 뒤늦게나마 사고의 전후를 알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두 개의 문>을 보면서 우리 사회가 불행한 순간을 뒤늦게 조명하며 사는 듯해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우리 사회는 사고를 예방하기 보다 죽음과 원망이 극으로 달릴 때까지 방치하고 관망하는 면이 있지 않는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가 억울하다고 해도, 누군가가 피해를 말해도 나랑 무관한 일이면 대개 지나칩니다. 다들 사는 데 바쁘다 보니 그렇습니다. 

 

문제는 힘의 불균형이든, 자원의 불균형이든 간에, 어떤 상황을 그대로 받아 들이기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을 때, 소수인 개인이나 집단이 이에 대해 토로하고 해소를 요구할 곳이 제대로 없다는 것입니다. 

 

살기 바쁜 시민에게 호소하지 않아도 되고 이렇게 영화로 만들어 상영하지 않아도 되게끔 미리 호소를 진지하게 다루어 주는 절차와 기구가 부족한 것입니다.  

 

현재도 민간인 사찰처럼, 정부가 피해를 준 사건이 존재합니다. 당사자에게는 아마도 엄청난 사고일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그 피해자에게 사과나 피해보상을 해주었다는 소식이 안들립니다. 앞으로 한 개인과 그 가정을 공권력이 파괴한 과정을 <두 개의 문>처럼 영화관에서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솔직히 이런 영화를 보는 것은 유쾌하지 않습니다. 보고 나면 가슴이 막히는 이런 화면보다 따뜻하고 밝은 영화를 이 나라에서 보고 싶습니다.

 

용산참사는 테러 진압을 위해 만든 공공 기구가 그들의 일감으로 시위를 다루어 발생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듭니다. 앞으로 기존의 국가 기구들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설립했을 때와 달리, 일 거리가 점점 줄어가는 기관은 그 존립을 위해 무리하게 일 처리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 과정에서 생명과 인권이 소홀히 다뤄질 가능성이 큽니다. 

 

<두 개의 문>에 사라진 3000쪽의 수사기록, 삭제된 동영상, 유족의 동의를 받지 않은 부검 사실 등을 증언하는 화면이 나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부가 유족인 경우마저 유죄로 판결했습니다. 여섯 명이 사망하였고, 살아 남은 이들도 유죄판결로 복역하고 있는 용산참사, 대법원마저 유죄판결이 나자 ,이게 무슨 재판이냐고 울부짖던 검은 상복을 입은 여성.... 이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과 함께, 사법부에 대해서도 애도를 표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공권력이 개입하기 전에 양 쪽을 부지런히 오간 누군가가 있었다는 기록은 <두 개의 문>에 나오지 않습니다. 앞으로 갈등과 분열이 있는 곳에는, 평소 그 지역에 축사를 자주하고 다니는 사람들, 그 지역의 정치인들과 종교 지도자들이 가장 먼저 현장에 나타나 주면 좋겠습니다. 

 

용산참사는 용산을 행복이 아니라 참사라는 단어와 연결한 불행한 사고입니다. 용산참사가 재발되지 않도록 이번 상영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모든 공권력을 다루는 기관 사람들이 국민의 인권과 안전 보장을 먼저 헤아리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