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과 시선/인물과 정책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mylim 2008. 1. 8. 01:19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는 그라민 은행 설립자인 무하마드 유누스가 쓴 책이다.

 

  • 참조>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무하마드 유누스, 정재곤옮김, 2002, 세상사람들의 책

      

 

이 책을 오래 전에 선물로 받았는데 준 이에게 미안하게도 이제서야 다 읽었다. 사실 부자되는 방법에 관한 책이 관심을 더 끌고, 가난한 이에게 관심을 둔 책은 흔하지 않다. 이 책은 빈곤의 상징처럼 알려진 방글라데시에서 나왔기에, 본문을 보면 가난에 관한 지적들이 매우 현실적이다.


방글라데시의 치타공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유누스는 1974년 닥친 엄청난 기아 속에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는 현실 속에, 자신의 경제학 강의실이 한가롭기 그지없는 장소로 비춰졌다. 그는 직면한 이 처참한 삶에 해답을 가져다 줄 경제학 이론이란 무엇인지, 대학 가까이에 있는 조브라 마을을 대상으로 가난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경제가 무엇인지, 조브라 마을을 움직이는 경제의 참 모습이 무엇인지를 알려 했다.

 

 

그는 인간의 존엄성에 깊은 상처를 주는 가난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방안을 찾고자, 당시 공공기관에서 돈을 빌려주지 않아 고리대금업자에게 빌릴 수 밖에 없는 이 가난한 이들을 위하는 길을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한 방안으로 제도권내에 있는 기관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융자를 해 주는 체제,즉 은행에서 가난한 이들에게 융자를 해 주는 체제를 구상하게 되었고 마침내 그 구상이 그라민 은행으로 구체화 된 것이다. 이미 실시되는 방글라데시에 대한 해외 원조는 권력에 가까운 이들만 이를 이용하여 부를 키우게 하거나 도로나 다리를 놓는 장기적 도움이 되는 인프라에 쓰이는데, 이 사이에 장기적으로 수혜를 기다리다 빈곤한 사람들은 죽고 만다.


유뉴스는 대학이 지식의 전당이라면 마땅히 대학과 인근한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어야 하고 가르치는 지식이 유용함을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였다. 직접 보니 가난한 농민 중에서도 가장 수입이 적은 일을 하는 사람은 곡식의 나락을 터는 여자들임을 알게 되었다.


그레샴 법칙에 의해 가난한 사람과 가난하지 않은 사람이 섞이게 되면 반드시 가난한 사람이 소외되기 마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이 누구인가에 대한 편견과 실상을 통한 규정을 한 후, 상대적으로 남성에 비해 더 가난한, 담보가 없는 여성을 대상으로 융자의 주요고객으로 삼았다. 그라민 은행 설립 전에 은행에서 융자 를 받은 방글라데시 여성은 1%에 불과했었다. 이러한 성차별을 없애고 여성을 경제발전의 견인차로 본, 저자의 경제적 발전과 여성에 대한 구체적 의견은 이렇게 나타나 있다.


경제발전의 궁극적 목표가 삶의 질을 높이고 가난을 줄이고 안정된 일자리를 확보하고  불평등을 줄이는데 있다면 이러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여성들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여성은... 고용조건이 열악하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게다가 자녀들과 가까운 위치에 있기 때문에 여성이 우리 방글라데시의 미래를 짊어지고 있다고 말해도 지나친 것이 아니다(128페이지).


1983년 탄생한 그라민 은행은 20년 후, 직원 수가 2만명에 이르고 전국에 1000개가 넘는 지점을 갖고 있다. 자연재해가 많은 국가의 특성상 이 경우에는 은행의 기능을 잠시 정지하고 임시 거처 마련등 구조활동을 먼저 한 후에 새로운 융자를 제공한다. 융자방법은  융자를 원하는 경우는 담보 대신에 5명 그룹을 모아야 하는 것이다. 만일 융자받은 당사자가 죽은 경우는 죽은 가족중 한 사람에게 새로운 융자를 주는 방식을 취한다.  


그라민 은행의 연대소액융자방식은 세계 58개국에 전해졌고, 선진국에도 적용되었다. 선진국 속의 가난한 사람들은 제3세계의 가난한 사람들과 비교해 볼 때 절대적 우위에 속해 있지만 사회전체가 물질적 풍요에 속해 있기 때문에 상실감이 더 크다.(264페이지)


미국에서 7년동안 유학한 유누스가 그 곳에서 알게 된 시장경제의 장 단점은 시장경제는 개인에게 자유를 부여하고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주지만 자본주의가 가진 최대약점은 강한 쪽의 입장을 옹호한다는 것이었다.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의 경험에 의하면 연대 소액 융자는 버림받은 개인에게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했고, 쪼개어 주는 사회보조금보다 더 가난한 삶을 바꿀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단 가난의 질곡으로부터 벗어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교육이므로 교육과 건강분야에는 어쩔 수 없이 사회적보조금이 지원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책의 마지막은 1997년 워싱턴에서 열린 소액융자회담에서 행한 그의 연설문을 끝으로 맺고 있다.


"나는 경제학을 통해 돈의 가치가 어떤 것인지를 배울 수 있었다. 우리의 성공(담보없는 회원간 연대소액융자방식)은 바로 회원들 손에 쥐어진 구져진 돈 때문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소액융자란 경제적 자산이 아니라 인간적 자산을 일깨우는 수단이다. 소액융자는 인간이 가진 꿈을 일깨움으로써, 가난한 사람들로 하여금 인간 존엄성과 존중의 마음을 갖도록 만들고 스스로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책은 부자가 되는 길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바닥에 가까운 빈곤을 면할 수 있는가를 제시한 것이기에 부자가 되고 싶은 개인과 국가에게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반대로 이미 가진 사람(지식이나 정보. 재산)이 주려고 할 때, 그 방법을 모색해 가는 과정과 대상에 대한 철저한 이해는 배울 점이 많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 부자당이라고 불리던 당이 집권을 하게 되었다. 자본주의는 선택의 기회를 넓히는 장점이 있지만 강한 자의 입장을 옹호하다는 단점이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이번 집권당이 그건 기우일 뿐이라고 말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분명 우리의 가난은 방글라데시의 가난과도 달라서, 오히려 선진국에서 발견되는 가난의 성격을 갖고 있다.

선진국 속의 가난한 사람들은 제3세계의 가난한 사람들과 비교해 볼 때 절대적 우위에 속해 있지만 사회전체가 물질적 풍요에 속해 있기 때문에 상실감이 더 크다고 한 것처럼, 한국의 가난은 상실감과 격차의 해소와 관련된다.

가난은 어느 곳에서나 존재한다. 이 가난에 대해 밑빠진 독에 물붓기로 비유하며 간단히 회피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풍요 속에 있는 공존하는 상실감을 외면하지 않겠다면, 앞으로 이 책에서 말하는 은행만이 아니라 국가기관이 함께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개인도 은행을 세웠는데 이미 세워진 국가기관에서 뜻만 잘 세운다면 하지 못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한국의 빈곤은 분명 방글라데시와 같지 않다. 그러나 빈곤은 모양을 조금 달리할 뿐 우리 주위에 늘 머물러 있다. 이를 없애는 길, 그것은 빈곤에 대한 평소의 관심과 이해일 것이다.

 

유누스의 영어연설: http://global.ewha.ac.kr/myclass/freeboard/index.php?id=3&proc_mode=view&data_id=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