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침방송에서 인혁당사건에 대한 박근혜의원의 견해를 들었습니다. 엇갈린 법판단이 있었으니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고 했습니다. 법 판단은 최종심이 우선한다는 점을 몰랐거나, 잘못된 정보를 접했기 때문에 그런 답변을 하였을 듯 합니다. 이 답변 부분보다 역사의 평가에 맡긴다는 표현에 대해 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역사는 운전할 때 앞으로 잘 나가기 위해 바라보는 백미러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과거의 악행이나 어리석음을 앞으로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어떤 일을 미래 역사가의 평가에 맡긴다는 생각은 어떤 뜻일까요? 그 것은 바로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분명히 알 수 있는 과거 사건을, 더욱이 다수에게 사형이라는 극형을 집행하여 불행을 남긴 사건을 왜 내일 평가로 미루려는 지 답답합니다. 하루라도 속히 잘 판단하여 억울함이나 불행함을 어루만져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무리 수첩에 적어가며, 많은 사람을 배려해도, 진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거짓이나 엉뚱한 것을 더 위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과거는 정치의 역사이고 정치는 현재의 역사라고(출처: 이동진 저, 세계의 명언). 즉 정치는 역사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오늘날 정치인은 바로 현재 우리 역사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입니다. 현재 역사를 주도하는 사람이 다른 것은 당장하면서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미래로 넘긴다면 그 것은 명백한 회피입니다.
나라면 그 입장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일단 진상을 간접이 아닌 직접적 방법으로 들어보고 억울함과 고통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그런 일이 절대 재발되지 않게 한다는 맹세를 할 것 같습니다. 염려되고 두려운 것은 그렇게 억울한 사연을 되풀이하게 되거나, 그 사실을 은폐한 뒤에 훗날 역사적 평가에 맡기자고 하면 어쩌나 하는 것입니다.
일인 시위하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만나 사연을 들어 주고 힘없는 그 들의 곤경을 해소해 주려는 자세, 그런 지도자 모습을 보여 주면서, 지난 과거사에 대해 밝힐 경우는 특별 승진을 시키는 인사정책까지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그래야 각계 영역에서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노력을 할 수 있습니다.
정확하고 바른 역사 기록은 정확한 거울역할을 해주어 미래에 안전한 운행을 보장해 줄 것입니다. 정치는 현재의 역사입니다. 지금 쓰는 역사가 정확해야 미래에 다시 쓸 필요가 없습니다. 사실 잘못된 과거정치에 대해, 관련 정치인이 그 점을 바로잡는 일은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독한 변신을 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어려운 일일 뿐입니다. 과거역사던 현재 역사던, 불변할 것은 국민의 생명과 행복을 존중하는 국가 역할(헌법 제10조)입니다. (2012. 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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